[영남시시투데이/발행인 삼봉칼럼]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유권자는 한 표를 통해 자신의 뜻을 대변할 사람을 선택하고, 당선인은 시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권한을 위임받는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진정한 시험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승리의 환호가 잦아들고 당선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권력 주변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모여든다.
선거 과정에서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오랜 인연이 있다는 이유로, 또는 같은 조직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각종 청탁과 요구를 내미는 사람들이다.
이때 당선인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권력의 성격이 결정된다. 시민을 위한 권력이 될 것인지, 특정 세력의 이익을 위한 권력이 될 것인지가 판가름 나는 순간이다.
춘추시대 진나라의 충신 개자추(介子推)는 오늘날 정치인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인물이다.
그는 훗날 진문공이 되는 중이가 유랑 생활을 하던 시절 생사를 함께하며 충성을 다했다. 굶주린 주군을 위해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바쳤다는 일화는 지금도 충절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개자추가 더욱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진문공이 왕위에 오른 뒤 수많은 사람들이 공을 내세워 벼슬과 보상을 요구했지만, 개자추는 자신의 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그는 논공행상에 참여하지 않았고, 벼슬을 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과 거리를 두었다. 충성은 보상을 위한 거래가 아니라 신념의 실천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치 현실은 개자추의 정신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선거가 끝나면 당선인 주변에는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몰려든다.
특정 사업의 편의를 부탁하고, 공공기관 자리를 요구하며, 인허가 과정이나 계약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도 적지 않다. 때로는 선거 공신이라는 명분 아래 자격과 전문성을 무시한 채 공직 진출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부탁이나 인사치레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특정인을 위한 특혜는 결국 시민 전체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권력이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자치 현장에서는 선거 이후 반복되는 보은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거나 특정 세력이 행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는 주민들의 불신을 키운다.
결국 그 부담은 행정 조직과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당선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은 비판 세력이나 정치적 경쟁자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의 이름을 빌려 사익을 추구하려는 주변 사람들이다. 달콤한 조언과 충성의 언어 뒤에 숨겨진 이해관계를 분별하지 못한다면 권력은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권력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시민이 잠시 맡긴 공적 자산이다. 따라서 당선인은 인연보다 원칙을, 보은보다 공정을, 사적 관계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선거 승리의 공을 나누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 신뢰를 지키는 정치를 해야 한다.
개자추는 공을 세우고도 물러났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사람들은 공도 없이 권력의 곁을 맴돌며 이익을 얻으려 한다. 개자추의 고결함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책임은 이제 시작이다. 당선인들이 권력 뒤에 숨어드는 이권 세력을 단호히 차단하고 투명한 행정 시스템을 구축할 때 비로소 시민들은 그들을 진정한 공복(公僕)으로 인정할 것이다.
역사는 권력을 잡은 사람보다 권력을 바르게 사용한 사람을 기억한다. 개자추의 이름이 2천 년이 넘도록 전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의 당선인들 역시 개자추의 면목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신뢰를 지키는 첫걸음이자 성공한 정치의 출발점이다.





